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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anghwa
44 관리자 2022-08-08 47
삶의 그늘서 건진 이야기들… “아름다운 상처의 기록” (문화일보)

홍상화 소설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


홍상화(사진) 작가의 소설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은 제목처럼 삶의 그늘에서 건진 이야기들이다. 그 그늘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그것이 빛으로 바뀔 수 있는 희망을 끈기있게 모색한다.

소설집을 이루는 8개의 중·단편은 모두 한국 현대사를 서사의 밑바탕에 깔고 있다. 첫 작품 ‘인생의 무늬’는 공동체의 격동이 개인의 삶에 일으키는 문양을 그린다. 작품 속 소제목(‘전쟁’ ‘사랑’ ‘열정’ ‘욕정’ ‘기적’)은 개인사의 큰 주제를 표상하는 동시에 공동체 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는다.

중편 ‘능바우 가는 길’은 창작 의욕을 잃은 50대 후반 작가가 주인공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하는 30대 한국인 의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힘을 얻고, 어린 시절 고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자연 이야기를 써 보겠다는 의욕을 품게 된다.

홍상화는 신문 연재소설 ‘거품시대’ ‘불감시대’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예리하게 묘파한 작가이다. 장편 소설 ‘정보원’에서는 분단의 모순을 깊게 파고들며 그 속에서 불멸의 사랑을 창조해냈다.

이번 작품집은 홍상화 문학의 두 축, 즉 분단사의 질곡 껴안기와 현실 사회의 부조리 성찰을 생생히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후배 작가 김인숙이 이 소설집에 대해 왜 ‘아름다운 상처의 기록들’이라고 했는지 절감하게 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기어이 몸을 일으켜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들마다 핍진성이 빼어나 절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책 머리에서 아내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는 소설 속에서 한국 현대사를 곡진하게 살아낸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그는 작품 속 화자를 빌려서 신세대들이 가난의 기억이 없어서 탐욕적이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상반된 관점인 듯 싶지만 공감이 가서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이 소설집은 ‘능바우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것을 다시 만져 재출간한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고 김윤식 선생의 평문을 다시 읽히고 싶어서”라고 작가는 서문에서 밝혔다. 홍상화의 소설 운용법이 ‘모래를 씹는 듯한 문체’ 등으로 헤밍웨이를 잇는 것임을 갈파한 김윤식의 평문은 역시 웅숭깊다. 소설집으론 이례적으로 맨 앞에 배치한 것이 적절하게 여겨진다.

책은 가식과 위선의 탈을 쓴 자들이 득세한 한국 사회에 대한 탄식과 허무감을 곳곳에 담고 있다.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고자 한다. ‘인생의 무늬’ 뒤쪽에서 한국이 3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비결을 살피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은 그 때문이다. 원 작품집에 없던 부분을 새로 집어넣은 것으로, 한국의 앞날이 환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헤아리게 만든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문화일보, 2020년 12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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